2022 제26회 제주미술제
2022 제26회 제주미술제
- 주소 (63270)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광로 69 문예회관 제1,2,3전시실
- 홈페이지 jejuartfestival.org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ejuartfestival/
제26회 제주미술제 <동심동덕(同心同德)>
One Heart, One Mind
양은희/예술감독
팬데믹 시대는 인간의 삶이 바이러스 하나로도 단기간에 정지될 수 있으며 수천 년간 지속한 문명의 안전이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이 부족을 이루고 단일한 공동체를 통해 결집을 강조하며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해왔다면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그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제26회 제주미술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2년 반 동안 이어진 고립을 견디고 다시 모여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장으로 마련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이 회복의 시간은 잠시일 것이고 다시 언젠가 고립된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미술제라는 공간을 통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귀한 시간을 담아 <동심동덕(同心同德, One Heart, One Mind)이라는 주제 하에 제주작가들의 최근작을 소개합니다. 이 용어는 중국 고전 『서경』에 나오는 것으로 고대 중국 은나라 주왕의 폭정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희발이 군사들에게 정벌의 목표를 외치면서 사용한 말입니다. 폭정을 하는 주왕 주위에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자신은 마음과 정신을 같이하는 열 명이 사람들이 있다면서 수적으로 열세라 하더라도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단결과 협심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미국의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 이로쿼이족에서도 ‘one heart, one mind, one dish’라는 모토를 중요시했습니다. 마음과 정신을 단결하고 같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공동체를 위해 선의로 뭉친 합의, 또는 단결을 강조하는 표현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찬송가에서는 ‘one hope, one heart, one mind, one voice’를 외칩니다. 죄를 짓을 지도 모를 탐욕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영혼을 정제하고 하나의 희망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담아 한 목소리로 천국이 올 때까지 노래하자는 것이다. 하나의 신념과 이념을 추구하는 공동체라면 통일된 관점은 꼭 필요한 덕목이었습니다.
이번 제주미술제는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작가들의 협업/협작(함께 작품 제작)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그 의식이 예술작품으로 구현되는 모델을 보여줍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여러 작가들이 모여 구상과 제작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공개됩니다. 이외에도 동시대 제주미술의 다양성을 제시하고자 개별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됩니다. 이번 미술제와 함께 풍요로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특별전 <제주-서울 2022>
<제주-서울 2022>는 제주 미술의 확장을 위해 향후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등 여러 지역으로 제주 작가가 진출하는 교류의 물꼬를 트고자 준비한 전시입니다. 올해는 ‘오름'을 주제로 제주와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제주 풍경과 제주의 기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제주의 오름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걷고 오르는 과정에서 오름이 가진 미감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감상하게 됩니다. 설문대 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두고 간 것이 오름이라는 전설을 들으며 자란 제주인에게 오름은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또한 4.3과 같은 재난이 벌어졌을 때 오름 주위에 펼쳐진 시신들을 수습했다는 노인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공포를 느끼기도 합니다.
제주인에게만 오름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제주도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어느 사이엔가 오름에 눈을 돌리고 능선을 오르며 감탄을 합니다. 올레길이 관광코스가 된 이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오름을 접하게 되었고 그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낭만적이고 신비로우면서도 병풍처럼 무뚝뚝한 오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주의 기후와 환경이 변하면서 오름을 애호가들이 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던 풍경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름 정상에 있는 연못의 물은 서서히 줄어들고 풀이 무성했던 능선에 나무가 자라 색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늘어난 오름 등산객들로 오름의 비탈은 무너지고 닳고 있습니다.
<제주-서울 2022>는 변하는 생태 속의 오름의 가치와 현재를 기억하기 위해 ‘오름’을 주제로 삼고 가깝고 먼 풍경 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오름을 작가의 의식으로 끌어옵니다.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오름, 오름 분화구의 웅장함, 일출봉과 같은 특별한 형상의 오름 등 이번 전시는 오름을 다시 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오름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예술로 선보입니다.
특별전 <기후 제주>
특별전 <기후 제주>는 최근 제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 변화’를 화두로 제주의 생태, 환경,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전시로 제주의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을 소개합니다.
제주도라는 섬의 대지는 한정된 반면에 그 위에서 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지난 10여 년간 제주도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으며 생태적으로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녹지는 중산층의 전원주택과 타운하우스로 인해 면적이 줄었고 늘어난 사람들이 야기하는 교통문제, 쓰레기, 물 부족 등으로 삶의 질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일부에서는 관광객 증가, 부동산 활황이라는 경제적 호황기의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 팽창의 시간이 서서히 지구온난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미 UN은 인간이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빠른 해결은 요원합니다.
이제 생태문제는 예술가도 피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예술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보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