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임 개인전 Pale shadows
양정임 개인전 Pale shadows
- 주소 (03035)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79 H-flux 갤러리
양정임 개인전 Pale shadows
2024년 9월 20일 - 10월 4일
오전11시-오후6시
(월요일 휴관, 일요일 예약운영)
H-flux 갤러리 (서울시 자하문로 70)
에이치플럭스(H-flux) 갤러리는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양정임 작가의 개인전 “Pale Shadow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규범과 기대 속에서 억압된 개인의 내면을 탐구한 신작 2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굴이라는 단어는 ‘얼'과 ‘굴'로 이루어져 있는데, ’얼'은 영, 정신, 마음, 내면을 의미하고, 굴'은 골, 뼈, 틀, 형, 모양, 그릇 등을 뜻한다. 그래서 얼굴은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얼'은 ‘알'에서 비롯된 고유의 파동으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자신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영혼을 뜻한다. 우리는 각자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고 있지만, ’얼'은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초자아에 의해 종종 억눌리고 소외된다. 작가는 현대 사회가 이러한 영혼을 억압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자유를 제한하고 진정한 감정 표현을 억누른다고 말한다.
”Pale Shadows"라는 전시 제목은 바로 이러한 억압된 영혼과 감정의 희미한 흔적을 상징하며, 작품 속 인물들은 현대 사회에서 억압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인물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하고, 입은 거의 작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형태로 묘사되어, 감정과 의사 표현의 제한된 상태를 드러낸다. 또한, 작품 속 풍경과 사물들은 기계화된 세계와 몰개성적인 사회를 반영하며, 그 속에서 개성과 감정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억압과 고립의 문제를 인물의 표정과 주변 환경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사회가 개인의 자아와 감정을 어떻게 억누르고 있는지를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노트>
나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 관심이 있다. 우리에게는 우울감, 피해의식, 슬픔, 시기, 질투, 수치심, 두려움, 분노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부정적 감정들이 있다. 나는 이처럼 무의식에 저장된 부정적 감정이 망상처럼 불쑥불쑥 나타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스스로 낯설게 느낄 때가 많다.
나의 작품은 문뜩문뜩 일어나는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것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이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입받은 초자아로부터 억압된 나의 감정이 있다. 나에게 작업은 이러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충분히 느껴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억눌린 나의 내면이 투영된 모습이다. 그들은 나의 자화상인 동시에 내가 공감하는 비극적인 인물들이고 사회가 만들어낸 초자아에 억눌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러한 인물과 함께 드러난 풍경이나 소재들 역시 자연을 거슬러 기계화된 건물과 사물들로 개인의 자아를 억압하는 몰개성적 물질만능주의 사회와 억눌린 감정들을 상징한다.
나의 우울한 작품들은 이러한 우리 현실의 반영이며, 이를 직시할 수 있을 때 어디에도 구속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