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지 개인전_Moving White Garden-연동
김미지 개인전_Moving White Garden-연동
- 주소 (63123)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은남4길 22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 303호
'Moving White Garden-연동' 그 작품 속의 감정과 존재의 궤적
작가는 삶을 기록하고, 그 흔적을 예술로 빚어내는 정원사이다. 오는 9월 6일부터 담소창작스튜디오갤러리에서 열리는 김미지 작가의 개인전 '무빙 화이트 가든-연동' 개인전 은 그 정원이 어떻게 확장되고, 동시에 깊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가 제주라는 낯선 땅에 뿌리내리며 겪었던 불안과 치유의 여정,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을 조각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블랙 가든'과 '화이트 가든' 연작의 연장선에 있으며, 특별히 '연동'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작가의 내면 풍경과 겹쳐지는 지점을 조명한다.
김미지 작가에게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의 엄마, 아내도 아닌 '김미지'로서의 정체성을 가꾸는 내면의 텃밭이다. 작가는 50대의 나이에 다시 붓을 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갱년기의 우울감과 낯선 환경은 그에게 무기력함을 안겨주었고, 제대로 된 붓 대신 수세미를 들고 자신을 그려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고단함은 예술이라는 문학적 막노동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핵심 재료인 핫멜트는 그 의미를 더욱 심화시킨다. '싸구려' 접착제라 불리는 이 재료는 작가의 삶을 상징한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고, 번들거리며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핫멜트는 작가가 겪는 고통과 고단함을 대변한다. 작가는 제주서 지내면서 그동안 애지중지 모아온 일상 속 물건들의 '껍질'을 핫멜트로 떠내고, 손과 발에 화상 자국을 남겨가며 이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힘겨운 과정 속에서 핫멜트 껍질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이는 예술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쓰레기로 여겨질 수 있었던 잔해가 '하나뿐인 정원'의 재료가 되듯, 작가는 자신의 삶의 흔적들을 엮어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무빙 화이트 가든이라는 전시 제목은 작품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작품은 단순히 정지된 오브제가 아니라, 관객이 주변을 거닐며 일으키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는 작가의 삶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대구서 중국 샤먼으로 그리고 파주에서 제주로, 그리고 또 다른 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여 온' 유목민적 여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연동'이라는 작가의 생활 공간과 그 기억을 담아내고 있다. 연동 작업실 작은 창에서 바라본 조각난 바다 풍경이 작가에게 큰 위안이 되었듯, 핫멜트로 엮어낸 하얀 덩어리들은 작가가 꿈꾸는 평화롭고 익숙한 '미자의 섬'이 되었다.
김미지 작가의 정원은 한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삶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낯섦과 불안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모습,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노동은 관람객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이자, 관람객에게는 자신의 삶과 감정을 투영하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 공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