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진 개인전 다크 파라다이스
권혜진 개인전 다크 파라다이스
- 주소 (63168)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 36 1층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ave_jeju/
제주 갤러리 세이브 도외 작가 초청 권혜진 개인전 다크 파라다이스 입니다.
권혜진 작가노트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의식을 여느 때와 같이 진행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나. 글을 읽기 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3가지에 대해 먼저 서술한다.
1. 방 구조를 간략하게 설명 하자면 방문 입구 바로 왼쪽에 내 이부자리가 있다.
벽을 따라 요를 깔고 눕고 발치에 옷장이 크게 3개 위치해 있고 한 면을 가득 채운다.
이제 남은 벽면은 2개인데 그 벽면 모두 2개에 창문이 하나씩 있어서 햇빛과 바람이 많이 든다.
2. 이부자리에 누우면 발치에 있는 장롱에는 이제 9년째 자리 잡은 야광별 스티커가 있다.
그 스티커를 붙였던, 희미해진 과거의 나의 행동 속 저의를 유추해 보자면 아마도 일을 끝내고 지친 걸음을 옮기던 중 퇴근길에 있던 가게에서 구매해 이부자리에 누웠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붙였다.. 붙인 이유는 그저 위로받고 싶어서다.
3. 몸을 뉘이고 피곤에 쩐 눈이 가물어질 때에 희미한 형광초록 빛과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잠드는 것이 의식의 마무리다.
이제 어느 밤에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충혈된 눈과 끈적거리는 몸과 목을 삼키며 전등을 껐고 이부자리로 걸어갈 때 깜깜한 공간을 주욱 훑었다.
항상 아득하게 발광하는 연둣빛을 가늠하며 깔아둔 요를 찾아 미끄러져 들어가야 했는데 이 밤이 유독 깜깜했다. 유치한 초록색이 보이지 않았다.(아마 날이 흐려 충분한 햇빛을 흡수 하지 못한 터일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 어둑함이 짧은 이부자리로의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했다.
나는 우두커니 서 갑자기 번지는 무기력과 분노가 사라진 감각의 자리를 꿰차는 것을 느꼈다.
방이 깜깜하니 그 감정의 존재가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몫의 역할을 하지 못한 야광별이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화가 났다.
이 방에서 조차 길을 잃다니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 자리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쓰러져 자야 했으나.
마치 코끼리를 생각 하지마'하면 코끼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저 별을 책망하는 것 을 멈출 수 없었다.
저렇게 멍청하게 빛나고 있는 스티커 따위에 화가 났다.
지난 수많은 밤에 저 별을 보며 생각했던 꿈이라던가 미래의 모습, 고민해온 순간들이 머릿 속에서 스쳐 지나갔고 동시에 짜증이 솟구치며 내가 아주 우습게 느껴졌다.
그 별을 붙이던 예전의 내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정신 사나운 스티커들을 당장 모두 떼어 버리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는 다음 날 두고 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쓰러지듯 누웠다.
저 스티커들의 대한 원망을 담은 말들을 중얼거리다가 조용히 잠에 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에 난 스티커를 떼지 않았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끈적거리는 자국까지 정리하기 귀찮았던 건지 아니면 전날 화가 난 이유를 잊어서인지, 화가 난 나를 잊어서인지.
Dark Paradise
유독 깜깜한 밤이면 찾아오는 다크 파라다이스.
나에게 허락된 방 한켠의 공간이 있다.
이곳에 초록빛을 심어 두었다.
실재가 아님을 알지만 값싼 물질에 기대야 할 만큼 외로웠던 때가 있다.
납작한 것에 내 모든 염원을 담을 만큼 간절했던 때가 있다.
저것도 남의 빛을 받아 발광하는 처지인데.
어쩌자고. 나의 미래와 꿈을 저기다가.
대상이 없는 원망만 밤새
괜히 탓해보던 야광별이 지고 나면 여명이 찾아 온다.
이걸 기다렸던가. 아니.
난 창 밖으로 밝아오는 빛에 희망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 마음 한 구석을 밝혀줄 만큼의 소명(J))을 바랐을 뿐인데.
사물이 분별될 정도의 작은 빛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곳에도 희미한 나름의 빛이 존재한다.
누구든 절대적인 빛의 양으로 그를 판단하지 않기를.
위에서 내려보는 평면이 아닌 곁에서 느끼는 꿈틀거림으로 나를 감각해주길.
<제주에서 만난 친구의 답가 중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