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창작공간 프로그램 지원사업 '지역 감각'
《제주의 주제: 라다르》
현승의
우수빈
이손
1.
집 옥상에서 길 너머 이웃의 백화된 머리를 본다
어느 해변 부목이 부식하는 소리
아주 착하다, 라는 건방진
도시로 부는 갯바람이 먼길 날아오는
기억의 입자를 마중한다
이제
흰 사물을 옮기는 흰 사진은
이름 많은 숲에 숨들과 나란히
또 요란하게
네 발 아래 그늘은
또 환하게
탈피한다
어떻게
어제 팔 여덟이 들어올린 몸마저
이토록
당신을 닮을 수 있었는지
형제여, 너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미래
세상은 어차피 후퇴하고 있으니
너나 나나 나아지는 중이라 믿자
2.
병오년 가을, 그러니까 어떤 문을 닫기로 결정하고 일 년이 흘러 다시 도착한 가을에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싶었다. 지난 결정과 가까운 시기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작가이자 화랑 운영자. 무엇이든 될 수 있었을 그가 적어도 스스로 화이트 큐브의 큐레이터가 아니라고 밝히니, 그는 내가 아니다. 부디 그럴까. 나는 벌써 그를 또 다른 큐레이터 P라 부른다. 그의 나이 서른 중반, 부산 출신에 한국화를 전공하고, 서울 모 화랑에서 한창 일을 하던 그. 삶이 더 이상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라는 마지막 말을 벗에게 남기고 그는 떠났다.
사라진다
사람이 진다
부품으로 탈고된 자리마다
그가 있는데.
나는 그의 이름도 몰랐고 그를 만난 적도 없는데, 어쩌다가 내게 그의 소문이 와서 이토록 무럭무럭 자라난 것일까. 나는 흰 소문을 베어 그 몸에 타서 제주에 왔다.
그의 아우를 자처하는 라다르(radar)는 마땅히 서성이는 차례를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무심한 밤마다 사라지는 사람이 있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고.
(...)
만약 내게 남은 날이 얼마 없다면 나는 무엇을 기획하고 싶을까. 나름의 마지막 전시를 만드는 차례를 단지 상상하며(...)
전시 기획, 글. 백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