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주택과 함께하는 제26회 홍진숙 작품전 '단물동네']
나는 제주시 칠성통에서 태어나 산지천과 탑동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
어린 시절의 동네에는 물이 있었고,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었으며, 사람들이 만나고 일상을 나누는 생활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물의 감각과 풍경은 내 안에 오래 남아 있다. 물이 흐르던 길, 돌담과 집, 사람들의 움직임과 목소리. 나는 그 기억들을 다시 바라보며 제주 용천수와 동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단물동네’ 기억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시간과 연결되어 있고, 제주도 섬, 전체를 이야기 한다.
용천수는 생명을 이어주던 물이었고, 동네는 그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삶이 모이던 공간이었다. 나는 판화와 회화를 통해 물의 흐름, 돌의 질감, 빛과 그림자,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고 있다. 목판에 선을 새기고 화면에 색을 쌓아 올리고, 회화작업으로 사라져 가는 풍경을 붙잡아 기록하고,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고씨가옥은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시작된 산지천과 가까운 원도심의 공간이다. 오래된 집의 시간과 내가 작업해 온 용천수의 기억이 만나면서, 개인의 추억은 동네의 역사와 연결된다. 물이 흐르던 자리에 시간이 남고, 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시 작품으로 피어난다. 나는 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동네를 기억하고, 그 기억 속에 담긴 생명의 가치를 새기고자 한다.
* 일시: 2026. 11. 13(금)~11. 28(토) / 관람시간 10:00~18:00
* 장소: 고씨주택 (제주시 관덕로 17길 27-1)
* 모드라기 합창공연 : 2026. 11. 14(토)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