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상반기 기획전 《경계 위의 그녀》
제주도립미술관 상반기 기획전 《경계 위의 그녀》
- 주소 (63079)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894-78
- 홈페이지 https://www.jeju.go.kr/jmoa/index.htm
- N/A https://www.instagram.com/jeju_museum_of_art/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jumoa/
오랫동안 화구와 악기, 펜은 남성 예술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의 몸은 타인의 욕망과 시선에 종속되었고, 그녀들의 이름은 스스로의 것이 아닌, 남편 혹은 아버지로부터 부여받은 것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이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허용되지 않는 선 위에 발을 딛고, 이름 없이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만들어간 이들이 있었다. 오랜 침묵 끝에 억눌려 있던 그녀들은 ‘여성 이전에 인간’이라는 존재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세상을 향해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경계 위의 그녀》전은 그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여성의 삶과 사유를 조명한다. 전시명 ‘경계 위의 그녀’에서 ‘경계’는 중층적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정상’으로 허용된 존재와 그 바깥에 선 존재를 가르는 ‘젠더적 경계’이고, 기록된 자와 기록되지 못한 자를 나누는 ‘역사적 경계’이기도 하다. 억압된 내면과 해방된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리적 경계’이기도 하며, 허용된 역할과 금지된 역할 사이에 그어진 ‘사회적 경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창작의 주체로 인정받은 자와 그 무대에서 배제된 자 사이의 ‘예술적 경계’이기도 하다.
본 전시는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긴장의 상태로, 넘어설 것인가 머물 것인가를 선택하려는―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들을 주목한다. 전시명의 ‘그녀’는 실제로는 복수인 ‘그녀들’을 의미하는데, 그 이유는 시대와 국가, 문화를 가로질러 수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어 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선 위에서 그녀들은 묻는다. “이 경계는 누가, 왜 만든 것인가? 우리는 이 선은 넘을 수 있을까? 넘는다면 그 이후, 우리 각자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결국 ‘그녀들’은 사회와 역사가 그어온 선 위에 서서 스스로의 존재와 목소리를 선언한 모든 시대, 모든 곳의 여성들을 가리킨다.
이번 전시는 현실과 자기인식, 역사와 타자, 사랑과 치유를 아우르며 지워졌던 여성 서사의 역동적인 흐름을 온전히 펼쳐 보인다. 나아가 한국 여성 서사의 원점, 나혜석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역사의 음지에 묻혀있던 목소리들을 복원한다. 이는 배제되어 온 이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우리 모두의 삶과 역사를 보다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함께 갖게 할 것이다.


